미국프로골프협회 거리측정기 허용을 둘러싼 시선
미국프로골프협회 거리측정기 허용을 둘러싼 시선
  • 김태연
  • 승인 2021.02.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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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자신들이 개최하는 메이저 대회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해 이슈가 되고 있다.

 

올해 열릴 PGA 챔피언십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키친에이드 시니어 PGA 챔피언십 세 개의 메이저 대회 모두 거리측정기 사용이 허용된 가운데, 이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사실 거리측정기는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 골퍼도 애용되는 물건이다. 대표적인 거리측정기 메이커인 부쉬넬에서 ‘PGA 선수의 99%가 사용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만큼 프로들 사이에서도 거리측정기는 널리 쓰이는 물건이었다.
따라서 대회에서의 거리측정기 사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거리측정기 사용자가 증가하며 공식 대회에서도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로 대회 거리측정기 현실화 되나?

 

결국 2018년에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2019년부터 모든 골프대회에서 공식적으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가한다고 발표하고 골프 규칙도 그에 맞춰 개정하며 큰 이슈가 됐다. 이에 메이저 무대에서도 거리측정기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 사람도 많았지만, 그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협회 차원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가해도 실제 허용 여부는 로컬룰에 따라 결정됐고, 로컬룰에서 금지하면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골프협회와 영국왕립골프협회에서 거리측정기를 허용한 2019년에도 PGA와 LPGA에서는 로컬룰에 따라 거리측정기 사용을 금지했다. 결국, 메이저 대회에서 거리측정기가 허용되기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 무대에서 거리측정기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3개 메이저 대회에서 거리측정기를 허용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로컬룰이 허락하면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골프협회의 방침에도 부합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없다면 5월 21부터 나흘간 열릴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대회 거리측정기 데뷔’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LPGA 투어도 올 시즌 시범적으로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머잖아 LPGA 투어에서도 거리측정기가 허용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리, 방향 체크만 허용

 

거리측정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현행 골프 규칙에 따라 거리측정기나 나침반을 활용하여 거리나 방향을 알아내는 건 허용되지만, 고도 변화를 파악하거나 측정된 결과에 따라 기계가 해석한 각종 정보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거리측정기로 거리나 방향은 측정할 수 있지만, 기계에서 제공하는 플레이 라인이나 클럽 추천 같은 ‘분석 정보’를 받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규칙을 어기면 벌타는 물론 실격까지 당할 수 있다. 거리나 방향 측정에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을지언정, 측정된 정보를 해석하고 행동하는 건 온전히 골퍼 본인의 몫인 것이다.

 

거리측정기 Yes or No

 

그렇다면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왜 그동안의 거리측정기에 대한 방침을 뒤집었을까? 짐 리처슨 미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은 거리측정기 허용 방침을 밝히며 “챔피언십 대회에서 경기의 흐름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법에 늘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흐름 향상이란 ‘경기 시간 단축’으로 해석된다. 선수들이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면 거리 측정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경기 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거리측정기가 경기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기계의 측정 속도가 사람보다 빠르므로 거리측정기를 활용한 대회 방식에 익숙해지면 경기 시간이 단축되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콜린 모리카와나 윌 잘라토리스처럼 찬성하는 프로가 있는 반면에 안병훈처럼 반대하는 프로도 있다.
안병훈은 트위터에 “홀까지의 거리뿐만 아니라 그 앞뒤 쪽의 공간 등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거리측정기만으로는 플레이 속도가 빨라질 수 없다”, “골프는 18홀 스포츠다. 누가 얼마나 빨리 플레이하든 상관없이 4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문제는 슬로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가 되어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글을 올리며 거리측정기가 경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의견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리측정기 논란을 다룬 해외 언론에서도 PGA 캐디들이 거리측정기 사용으로 인한 혼선과 오차 등으로 인해 경기 시간 단축 효과가 거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프로골프협회의 거리측정기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이 옳을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 말이 옳을까?

 

어느 쪽이 옳은지는 시간이 가르쳐 줄 것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에서 방침을 정한 이상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거리측정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이며, 그 결과는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 찬성파와 반대파 중 누가 옳은 말을 했는지도 머지않아 드러날 전망이다.
거리측정기 반대파들의 이야기대로 거리측정기가 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대회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밝혀지면 거리측정기 도입이 다시 미뤄지거나 아예 퇴출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찬성파의 이야기처럼 거리측정기가 대회 진행을 더욱더 빠르고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면 이른 시일 안에 거리측정기는 프로 대회의 필수품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프로골프협회의 거리측정기 허용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까 아니면 실패작으로 기록될까. 결과는 오래잖아 드러날 것이다. 
GJ

 

 

By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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