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5대 메이저 대회의 신화는 어떻게 쓰여졌나? The Creation Of Myths
여자 골프 5대 메이저 대회의 신화는 어떻게 쓰여졌나? The Creation Of Myths
  • 김상현
  • 승인 2021.01.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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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골프대회가 개최되고 있지만 메이저 대회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지난호에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이번호에는 여자골프 5대 메이저 대회에 대해 알아보자.

 

US 여자 오픈,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ANA 인스퍼레이션, 위민스 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이상 현재 LPGA 투어에서 인정하는 ‘5대 메이저 골프대회’를 오래된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LPGA 투어에서 인정하는 5대 메이저 대회, 곧 여자 메이저 대회의 역사는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의 역사보다 좀 더 복잡하다.

 

여자골프 5대 메이저 대회

 

LPGA 투어에서 지금처럼 5대 메이저 대회를 인정한 건 7년밖에 되지 않았다. 1955년에 4대 메이저 대회의 구색을 갖췄지만, 1967년에 3개로 줄어들고 1968년부터 1978년까지는 2개까지 줄기도 했다. LPGA 투어에서 4대 메이저 대회를 4개로 늘린 건 1983년의 일이며, 2013년에 와서야 ‘5대 메이저 대회’의 체계를 갖췄다.
이 때문에 현재 LPGA 투어에서 인정하는 메이저 대회의 정통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심지어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처럼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단체도 있다. 
하지만 LPGA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여자 골프단체이며, LPGA에서 인정한 5대 메이저 대회 모두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에 LPGA에서 꼽는 5대 메이저 골프대회를 전 세계가 인정하는 5대 메이저 대회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LPGA에서 인정하고 있는 5대 메이저 대회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여자 골프 5대 메이저 대회의 역사는 여자 프로 골프의 발전을 상징하는 대회인 동시에 한국 여자 골프의 발전을 상징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메이저 대회

US WOMEN’S OPEN

SINCE 1946

 

초창기 US 여자 오픈은 철저히 미국 선수들이 독식하는 대회였다. 사진은 베시 롤스

 

5대 메이저 대회의 맏언니인 US 여자 오픈은 1946년에 창설됐다. LPGA 단체가 1950년에 창설됐으니 LPGA보다도 언니인 셈이다. 처음 창설되었을 때 US 여자 오픈은 미국의 여자프로 골프선수협회(WPGA)에서 3년간 운영했고, 이후 4년간 갓 창설된 LPGA에서 직접 운영했다. 이후 1953년에 미국골프협회(USGA)의 산하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초기 대회 미국 여성 골퍼들의 독주 

 

초창기 US 여자 오픈은 철저히 미국 선수들이 독식하는 대회였다. 1946년 개최 이후 9년간 미국 여성 골퍼들이 우승을 독식했다. 베이브 자하리아스, 루이스 석스, 베시 롤스 같은 미국 여성 골프계의 거물들이 돌아가며 우승을 차지했으며, 1955년이 되어서야 우루과이 출신의 페이 크로커가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미국의 벽을 깼다.

 

한국인 최초 우승자 박세리  

 

물론 지금은 US 여자 오픈은 미국만의 대회가 아닌 전 세계인들을 위한 대회가 됐다. US 여자 오픈에서 미국 이외의 국가가 우승을 차지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며,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 
한류의 시작은 1998년에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였다. 당시 92홀까지 가는 혈투 끝에 박세리가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장면은 대한민국 골프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이자 US 여자 오픈에서도 의미가 큰 순간이었다. 
박세리를 필두로 버디 김, 박인비, 지은희, 유소연 등이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이 미국 다음으로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많이 한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승은 한국?

 

2020년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6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US 여자 오픈이 12월 10일부터 나흘간 열렸으며, 한국 선수 25명이 출전했다. 올해 대회에 한국 선수들이 유독 많은 이유는 코로나19로 세계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해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참가 자격을 대거 획득했기 때문이다. 
총 출전자 156명 중 16%가 한국 국적 선수라 대회 전부터 어차피 우승은 한국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던 이번 대회에서는 KLPGA 투어의 장타자 김아림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의 단골 우승 무대 

Women's PGA Championship

Since 1955

 

1998년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던 박세리

 

여자 메이저 골프의 둘째 언니,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의 역사는 US 여자 오픈보다 좀 더 다사다난하다. 
토너먼트 이름이 바뀐 것도 여러 번이다. 이 대회는 1955년 ‘LPGA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됐다. 당시에는 전 세계를 목표로 한 대회라기보다는 LPGA 소속 선수들만을 위한 자체 대회에 가까웠다. 
이후 LPGA 챔피언십은 점점 규모가 커져 세계적인 대회가 됐지만, 대회 이름은 몇 번이나 바뀌었다. Eve-LPGA 챔피언십, 마쓰다 LPGA 챔피언십,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 등 스폰서의 입김에 따라 계속 대회 이름이 바뀌었다. 
오늘날 익숙한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은 2015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회계 기업 ‘KPMG’가 스폰서가 되고 PGA에서 대회 주최를 맡으면서 바뀐 이름이다. 이 때문에 이 대회를 부를 때 언제 또 바뀔지 모를 스폰서 이름을 빼고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라 부르기도 한다.

 

박세리와 위민스 PGA 챔피언십의 인연

 

다사다난했던 위민스 PGA 챔피언십도 US 여자 오픈처럼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그 시작은 역시 한국 여자 골프의 프론티어 박세리였다. 박세리 커리어의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이 1998년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대회에서도 당시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던 미셸 위가 대회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당시 미셸 위의 출전은 그 자체로 큰 논란거리였다. 
철저히 프로만을 위한 대회였던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당시 15세의 아마추어였던 미셸 위가 대회 역사상 최초의 아마추어 출전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미셸 위가 차세대 스타로 한참 주목받던 시절이었기에 주최 측에서 지나치게 배려를 해준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있었다. 하지만 미셸 위는 2005년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운 바 있다.

 

박세리, 박인비, 박성현, 김세영…

 

이후 위민스 PGA 챔피언십은 한국인 선수들의 단골 우승 무대가 되었다. 2006년 박세리 우승 이후 한동안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박인비의 3연속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에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2020년에 우승한 김세영까지 대회 우승자 리스트에 태극기를 여럿 새겨 넣었다. 
US 여자 오픈이 그러하듯, 위민스 PGA 챔피언십 역시 여자 프로 골프 메이저 대회의 상징인 동시에 한국 여자 골프의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대회인 것이다.

 

호수의 여인을 찾아서

ANA INSPIRATION

Since 1972

 

ANA 인스퍼레이션은 우승자가 그린 옆의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여자 골프 5대 메이저 대회중 셋째인 ANA 인스퍼레이션은 1972년 다국적기업 콜게이트 파몰리브의 회장 데이비드 포스터와 유명 가수 다이나 쇼어가 함께 창설했다. 
다이나 쇼어는 미국 TV 가이드에서 선정한 ‘최고의 50인 스타’중 한 명에 선정될 만큼 미국 연예계의 거물이자 영향력 있는 여자 골프인이었다. LPGA 명예의 전당,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골프계의 거물’ 다이나 쇼어는 ANA 인스퍼레이션의 창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ANA 인스퍼레이션 트로피는 ‘다이나 쇼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대회명의 변화

 

본 대회가 ANA 인스퍼레이션이라 불린 건 2015년의 일이다. 1982년부터 2014년까지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2014년까지는 ‘오레오’를 비롯한 각종 식품으로 유명한 크래프트 나비스코사가 메인 스폰서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부터 일본 항공사인 ANA(전일본공수)가 메인 스폰서가 되며 대회 이름도 ANA 인스퍼레이션로 바뀌었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비슷한 역사를 겪은 셈이다.

 

성 소수자에게도 의미있는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은 골퍼들에게는 물론 여자 성 소수자들에게도 의미가 큰 대회다.  과거부터 ANA 인스퍼레이션은 여자 성 소수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프대회로 꼽혔고, 세계 최대의 레즈비언 축제인 ‘다이나 쇼어 위크엔드’도 1986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보려 몰려든 레즈비언들에 의해 시작됐다. 오늘날에도 ANA 인스퍼레이션은 여자 성 소수자에게 가장 인기 있고 의미도 깊은 대회로 꼽힌다.

 

우승자가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으로 유명

 

물론 여자 성 소수자뿐만이 아니라 한국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대회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총 5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지은, 박인비, 고진영 같은 한국 여자 골프의 주역들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또한 이 대회는 우승자가 18번홀을 끝낸 뒤 그린 옆의 ‘호수의 여인들(The Ladies of The Lake)’이란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이 독특한 전통은 1988년 에이미 앨코트가 두 번째 우승을 확정한 뒤 연못에 몸을 던지며 자축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여자 선수들의 디 오픈

WOMEN’S OPEN

Since 1976

 

2020 우승자 소피아 포포브

 

여성 메이저 대회의 넷째,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은 ‘브리티시’라는 이름처럼 1976년 영국에서 개최됐다.
본래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대신 ‘캐나디안 위민스 오픈’이 LPGA 공인 메이저 대회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본 대회의 명성이 높아지며 결국 캐나디안 위민스 오픈은 밀려나고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이 대신 메이저 대회 자리에 올랐다.

 

여자들을 위한 디 오픈 만들기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의 역사도 꽤 다사다난하다. 여자들을 위한 디 오픈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창설됐지만, 초창기에는 대회 개최 장소도 찾기 어려웠다. 또 1976년부터 1993년까지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단독 주관하다 1994년부터 LPGA 투어 대회로 편입되면서 대회의 질이 향상되고 인기도 더 높아졌다. 
이후 2001년에 LPGA 공인 메이저 대회가 되면서 대회의 인기와 질은 더욱 향상됐고, 디 오픈 개최지로 유명한 턴베리, 로얄 리담 앤 세인트 앤, 로얄 버크데일 같은 특급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여성들을 위한 ‘디 오픈’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다.
후원사에 따라 위타빅스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AIG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으로 대회 명칭이 다소 변동되었다가 2020년부터 대회 명칭에서 브리티시를 떼버리고 위민스 오픈으로 변경됐다.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위민스 오픈으로

 

2001년 메이저 승격 이후 아니카 소렌스탐(2003), 카렌 스터플스(2004), 카트리나 매튜(2009), 조지아 홀(2018), 소피아 포포프(2020) 다섯 명의 유럽 출신 우승자를 배출했다. 11개국 18명의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신지애(2008, 2012)와 청야니(2010, 2011)가 각각 두 번의 우승을 기록했다. 
위민스 오픈도 한국 골프 팬들에게 익숙하다.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2001년 이후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이 우승을 차지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에서 2회, 미국에서 3회 우승에 그쳤지만, 한국 선수들은 6회 우승을 기록했다.

 

THE EVIAN Championship

Since 1994

 

2012년 에비앙 대회 우승자 박인비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의 막내 격인 에비앙 챔피언십은 1994년에 처음 개최됐다. LPGA의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것도 2013년의 일이라 메이저 대회 중 역사가 가장 짧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처음 개최됐을 때는 에비앙 마스터스라는 명칭으로 유럽여자
프로골프투어 산하에 있었지만 이후 2000년에 LPGA와 손을 잡으며 LPGA 메이저 대회의 기틀을 닦았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LPGA에서 인정한 메이저 대회로 승격했고, 대회 명칭도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변경됐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9월에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개최됐지만, 2019년에는 7월로 일정을 옮기면서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로 치러졌으며, 2020년 대회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에비앙 하면 핑크 물결

 

비록 역사는 짧지만 에비앙 챔피언십의 위상은 타 메이저 대회 못지 않다. LPGA 메이저로 승급하기 전부터 US 여자 오픈 다음가는 많은 상금을 자랑했고, 선수들을 향한 대우와 미디어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회 규모를 키웠다. 
나아가 대회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에도 성공하며 이제는 5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이자 유럽과 미국 여자 골프계가 모두 인정하는 메이저 대회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개최지도 매력적인데 호숫가 근처에 멀리 알프스 산이 보이는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장에서 열린다. 또 이 대회의 상징인 진한 핑크로 인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의 강렬한 핑크는 메이저로 승격한 2013년에 도입됐다. 에비앙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 회사의 공장이 있는 곳으로, 해당 회사의 상징색이기도 한 진한 분홍은 이 대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대회 기간이 되면 코스는 물론 에비앙 레뱅의 중심 지역의 거리 곳곳도 핑크 물결을 이뤄 장관을 이룬다.

 

에비앙을 제패한 한국 선수

 

다른 여자 메이저 대회처럼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대회이기도 하다. 2010년에 신지애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박인비, 김효주, 전인지,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하며 총 다섯 번, 메이저 대회로 편입된 이후로는 세 번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별 승수 1위에 올라있다.

 

 

GJ 글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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