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도핑의 유혹에서 과연 안전한가? Doping Problem
골프, 도핑의 유혹에서 과연 안전한가? Doping Problem
  • 나도혜
  • 승인 2021.01.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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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스포츠의 고질병 도핑! 골프 역시 지금껏 도핑 문제가 발생한 적 없는 ‘도핑 청정 지대’가 아니다.

 

도핑은 수많은 스포츠의 고질병이다. 많은 사람이 도핑에 대해 알고 있으며, 그 위험성과 불공정성에 대해 경고하지만, 뿌리 뽑기는 요원하다. 특히 프로 스포츠로 발전한 종목 중 도핑 논란이 없는 종목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자에 앉아 키보드나 마우스로 실력을 겨루는 e스포츠도 도핑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골프와 도핑

 

골프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 역시 지금껏 도핑 문제가 발생한 적 없는 ‘도핑 청정 지대’ 가 아니다. 물론 보디빌딩이나 종합격투기처럼 유명 선수 상당수가 실제 도핑이 적발되거나 도핑을 했다는 의혹이 존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도핑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국내외 막론하고 도핑 적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금지 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있었고, PGA에서도 도핑 규정에 위반된 선수가 출전 금지 명령을 받은 사례가 있다. 
물론 금지 약물에 대한 양성 반응이 보였거나 도핑 규정 위반을 했다고 문제의 선수가 꼭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핑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도핑에 활용되는 약물이 광범위한 탓에 금지 약물의 범위도 넓으며, 예기치 못하게 금지 약물을 접할 수도 있다. 
실수로 감기약을 잘못 먹었다거나 발모제를 잘못 먹거나 신체에 바르는 바람에 도핑 검사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종목을 불문하고 찾아볼 수 있다. 도핑 규정도 마찬가지다. 나날이 심해지는 도핑 논란 속에 도핑 규정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기에 선수로서는 규정을 따르기 부담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도핑 규정을 강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지 약물을 피하는 방법, 그리고 도핑 규정을 잘 따르는 방법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도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정말 억울하게 도핑 검사에 적발되었다고 여겨지는 선수들도 몇 있기 때문이다.

 

도핑 테스트에 대한 문제 제기

 

골프계는 과거 검사가 지나치게 엄격한 게 아니라, 반대로 도핑 검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러한 비판은 외부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현역 골프 선수 중 도핑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19년 ‘지난 10년간 최고의 PGA 선수’로 꼽히기도 했던 로리 매킬로이는 2016년 인터뷰에서 골프계의 도핑 검사가 허술하다고 지적하면서 대대적인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킬로이는 “골프 선수는 1년 평균 4~5회만 약물 검사를 받는데 이는 타 종목보다 적은 횟수다”, “도핑 검사도 소변 검사에 한정되었고, 혈액 검사는 받은 적이 없다.” “누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느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골프가 주류 스포츠가 되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으려면 다른 종목 수준의 도핑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등 발언으로 당시 PGA를 비롯한 프로 골프 업계의 미비한 도핑 검사 체계를 꼬집었다.

 

해외 투어의 도핑 테스트

 

PGA도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듯 2017-18 시즌부터 도핑 검사를 강화했다. 과거에는 소변 검사만 시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혈액 검사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최근 도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 중 하나가 성장호르몬인데, 소변 검사로는 성장호르몬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PGA 도핑 검사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7-18 시즌부터 혈액 검사가 도입되는 등 분명 PGA 도핑 검사는 과거보다 강화되었고, 다행히 강화된 검사에도 적발당한 선수는 많지 않다. 마크 핸스비, 브래드 프리치 등 몇몇 선수들이 적발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업계를 뒤흔드는 수준의 대형 스캔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LPGA 역시 도핑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LPGA는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병행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골프 팬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선수가 검사에 적발되어 대형 스캔들로 벌어진 일은 없다. 과거 ‘골프 여제’ 소렌스탐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적은 없어 의혹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국내 프로 무대의 도핑 문제는? 

 

대한민국은 어떨까? 최근 자료들을 살펴보면 한국 프로 골프계의 도핑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무소속 윤상현 국회의원이 2020년 10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금지약물 검사에 적발되어 처벌받은 선수는 2018년 22명, 2019년 24명, 2020년 8월 말까지 19명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 분류하면 보디빌딩이 31명으로 1위, 장애인체육 종목이 11명으로 2위를 기록한 가운데 프로골프는 궁도, 수상스키, 수영, 자전거, 펜싱과 함께 1명만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동안 1명만 적발되었다면 많은 숫자가 아니며, ‘개인의 일탈’이라고 평가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른 자료에서도 프로골프는 보디빌딩처럼 도핑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스포츠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적발된 인원이 적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스포츠 업계에서 진리처럼 통용되는 말이 있다. ‘도핑 적발 기술보다 도핑 기술이 한발 앞서나간다’는 말이다. 즉, 지난 3년간 프로 골프에서 단 1명만 적발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도핑을 한 선수가 1명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적발 위험을 감수하고 도핑을 한 뒤 용케 걸리지 않고 모두를 속인 채 약물의 힘으로 높은 성적을 기록하거나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증거도 없이 도핑 의혹을 제기해 봐야 부질없는 일이며, 건설적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도핑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가운데 이를 적발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함께 발전하지 않는다면 자칫 ‘도핑을 해도 걸리지 않는다’는 잘못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

 

철저한 검사와 예방 필수

 

결국, 도핑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은 철저한 검사다. 도핑 검사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그 업계에 도핑이 만연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된다는 건 업계의 상식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올림픽은 종목 불문 세계적으로 도핑 검사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타 종목에 ‘올림픽 수준의 도핑 검사를 진행하자’고 제의하면 선수들이 난색을 보일 정도다. 덕분에 올림픽 도핑 검사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믿을 수 있는 도핑 검사로 불린다. 
반면에 도핑 검사를 진행하지만, 검사가 엄격하지 않으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도핑이 만연해 있다고 알려진 프로레슬링 업계를 예로 들어 보자. 세계 최고의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에서는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도핑 검사를 통해 도핑 여부를 가려내고 적발된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도핑 검사가 느슨하며, 나아가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WWE를 비롯한 프로레슬링 업계는 지금까지도 도핑 문제가 심각한 곳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도핑 검사를 엄격하게 하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그 업계 도핑 문제의 심각성을 결정 짓는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골프 업계에서도 도핑 검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도핑 검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으며, KPGA와 KLPGA 역시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도핑 검사를 일임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KPGA나 KLPGA의 도핑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하거나, 의심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종목과는 달리 국내 프로 골프계의 도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증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핑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하여 도핑 효과를 얻는 ‘브레인 도핑’처럼 현존하는 기술로는 적발할 수 없는 기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지금 비교적 깨끗하다는 점에 방심할 게 아니라, 계속 도핑 검사를 철저히 하면서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 기술 도핑

 

일명 ‘기술 도핑’ 역시 골프 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기술 도핑은 약물이나 수혈, 전기 자극 등 인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방식을 쓰지는 않았지만, 클럽이나 신발, 의류 등 스포츠 장비에 동원된 각종 기술이 선수의 경기력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약물 도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위라고 판단한다는 개념이다.
골프계에서 기술 도핑의 역사는 깊다. 심지어 약물 도핑 논란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기술 도핑 논란이 있었다. 지나치게 성능이 뛰어난 공, 지나치게 성능이 뛰어난 클럽이 지나친 ‘상향 평준화’를 불러 골프라는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논란은 무려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 등장한 골프공 ‘하스켈 볼’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로 벌어진 논란이 벌어진 사례가 있으며, 샤프트가 나무에서 스틸로 바뀌었을 때도 스틸 샤프트 성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로 영국골프협회에서는 1930년까지 스틸 샤프트를 금지하기도 했다.

 

롱퍼터 논란의 최후

 

하스켈 볼이나 스틸 샤프트처럼 기술 도핑 논란에서 벗어나 널리 쓰이게 된 장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장비도 있다. 대표적으로 롱퍼터를 꼽을 수 있다. 한때 ‘금지 약물’과 더불어 프로 골프 최대의 논란이었던 롱퍼터는 그 길이와 안정성 덕분에 일반적인 퍼터보다 홀에 들어갈 확률이 훨씬 높았고, 결국 논란이 이어지다 PGA 등 대부분의 단체에서 롱퍼터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장비 규제가 필요한 이유

 

최근에는 비거리 문제가 골프 도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장비의 힘으로 지나치게 비거리가 높아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고반발 클럽을 금지하며 소위 ‘공인 클럽’과 ‘비공인 클럽’을 구분하는 등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골프 비거리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새로운 장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골프 장비의 영향으로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가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골프협회와 R&A에서는 지나친 비거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장비 테스트 기준을 점검할 계획이다. 과거 하스켈 볼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촉발되거나, 한동안 스틸 샤프트가 금지되었던 것과 비슷한 일이 다시 한번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도핑은 모든 스포츠계의 난제

 

도핑은 골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스포츠계가 공유하는 문제다. 모든 스포츠의 근간이자 존재의의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가치가 없다. 그리고 도핑은 승부 조작과 더불어 프로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모든 프로 스포츠가 도핑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며, 골프 역시 도핑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어떤 종목보다도 ‘기술 도핑’의 논란이 큰 종목의 특성상 기술 도핑의 정의와 규제에 대해 업계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GJ

 

 

By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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