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철학이다
#골프는 #철학이다
  • 김수현
  • 승인 2020.11.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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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저널 ‘골프가 인생과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행운과 불운 그리고 희로애락이 있는 골프의 속성이 삶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생과 닮은 골프는 열심히 한다고 그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운동이다. 그 이유가 단순히 운동신경이 없어서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떤 인생은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잘 나가고, 다른 인생은 죽어라고 열심히 사는데 잘 안 풀리는 걸 보면 골프나 삶 둘 다 참으로 불공평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이렇듯 열심히 산다고 누구나 성공하진 못하고 마찬가지로 열심히 골프를 친다고 누구나 잘 치는 건 아닌데 그 이유는 제대로 기본기를 갖춰야 하고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실전 경험과 이를 통한 학습과 발전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에 담긴 철학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도 잘할 수 없다는 현인의 충고는 그런데도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모든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인생에서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초보자나 실력이 떨어지는 골퍼도 홀인원을 할 수 있다. 어쩌다 그분이 오셔서 보기플레이어가 싱글 타수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본인의 실력을 깨닫게 되면서 실망과 낙담을 하게 된다. 마치 로또 당첨자가 그 돈을 잘못 관리해서 다 날리거나 운 좋게 성공한 사람이 오래 가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처럼….
반대로 인생이 잘 나가던 사람이 방심해서 추락하는 것처럼 골프도 잘 치다가 한순간의 방심이나 욕심이 큰 낭패를 보기도 하는 걸 보면 골프에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철학이 담겨 있다.

 
골프 잘 치는 비결 있을까?

 

그렇다면 수많은 성공 관련 서적과 성공에 대한 동영상을 찍는 유튜버들이 말하는 것처럼 골프도 잘 치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여러 권의 성공 서적들을 읽거나 성공 주제의 유튜버들의 방송을 본다고 누구나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결론에 도달한다.
성공은 노력과 실력이 있는 사람이 오랫동안의 경험을 통해 많은 시행착오와 실행에서 오는 노하우를 활용해 얻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운이 따르지 않으면 어느 한순간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이때 다시 도전해서 결국 운명을 극복하는 사람과 포기하고 안주하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사업이나 골프나 운이 작용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최종적인 결과를 크게 좌우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골프를 쳐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다!

 

골프를 쳐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아는 중견 회사 회장님은 임원을 채용할 때 꼭 골프를 같이 쳐본다고 한다. 18홀을 돌면서 골프 실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매너를 보며 나쁜 샷의 결과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동반자들에 대한 배려는 어떤지, 캐디에 대한 태도와 말투 등 다양한 방면을 잘 관찰하면 그 사람에 대해 성격뿐만 아니라 인성까지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분의 지론이다.
“골프 안 치는 임원은 채용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본인이 골프를 무척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임원들과 골프 회동을 하는데 거기에 끼지 못하면 소외될까봐 골퍼가 아니면 뽑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번은 경력이 너무 마음에 드는 임원 후보를 보고 “왜 그동안 골프를 안쳤나요?”라고 물었는데 “일이 많아 자주 야근을 했고 주말에는 새로운 걸 공부하고, 휴일은 가족과 함께하느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골프는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그 사람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장님은 그에게 골프채를 사주고 골프연습장과 골프 선생까지 연결해 주면서 “자네 같이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산 친구가 골프를 배우면 실력이 빨리 늘걸세. 내 원칙이 골프 치는 사람을 임원 채용하는 건데 마침 겨울도 다가왔고 해서 이번만은 예외로 할 테니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배워 보게나…”라고 조치를 취했다.
석 달간 맹훈련 후 다음 해 봄 그 임원은 회장님과의 첫 라운드에서 90대 타수를 쳐서 회장님과 다른 임원 동반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두 달간 매일 새벽과 밤에 연습을 했고 이미 스크린골프로 간접적인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였다. 또 회장님과의 라운드 얼마 전인 구정 연휴 때 태국에 가서 일주일 동안 매일 36홀을 돌고 남는 시간에는 연습장에서 맹훈련을 했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난 요즘 그는 임원 중 가장 골프를 잘 치게 되었으며 때론 최고수인 회장님과도 핸디 안 받고 내기를 하는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삶은 대하는 태도는 골프에서도 드러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는 골프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 같다. “나는 명랑골프 치는 사람이야. 잘 치려고 스트레스받는 건 딱 질색이지”라는 분들이 많은데 인생에 견주어 보면 “난 명랑인생 사는 사람이야. 돈 벌려고 스트레스 받는 건 딱 질색이지”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이런 골퍼나 삶이 잘못됐다는 건 결코 아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삶을 사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만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고 정말 잘 치는 골퍼가 되길 바란다면 노력과 인내가 수반 되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보다 더 큰 성취감과 보람이 있기에 필자는 노력하는 골퍼의 삶을 택했다.
가끔 “왜 그렇게 진지하게 골프를 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래야 재밌어요!”라고 답한다. 골프는 사랑과 같아서 너무 깊게 빠지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너무 가볍게 여기면 감동과 재미가 없다는 말이 있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인데 내 경우는 재미없는 것보다는 상처를 입더라도 깊이 빠지는 것이 큰 환희와 감동이 있기 때문에 골프를 진지하게 대하게 된다.

 

골프에서 동반자가 중요한 이유

 

 

인생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동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어떤 사람과 살고 누구와 같이 일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떤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비즈니스 골프를 많이 치는 필자는 때론 큰 회사 회장님과 필드에 갈 일이 종종 있는데 가끔 중압적인 분위기에서 엄숙하게 골프를 칠 때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즐겁게 쳐야 할 골프인데 이런 스트레스를 왜 받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사 스포츠라지만 동반자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며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예의에 어긋나지 말아야 하는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을의 위치에서 공을 치는 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과 테니스를 치게 됐는데 힘껏 쳐서도 안 되고 못 칠 정도로 빼서도 안 된다는 수행원의 사전 지시에 기분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이 잘 나가던 사람이 방심해서 추락하는 것처럼 골프도 잘 치다가 한순간의 방심이나 욕심이 큰 낭패를 보기도 하는 걸 보면 골프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수양의 도구가 되는 골프

 

멘탈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 골프라는 운동은 삶을 투영하는 철학적인 요소가 많다. 그래서 때론 골프가 수양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10여 년 전 경영하던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너무 바빠졌다. 주말과 휴일도 없이 일하다 보니 몸도 상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커서 우울증 초기 증상이 나타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결심한 바가 있어 갑자기 밤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날아가서 토·일 이틀간 108홀을 돌았는데 이때 경험한 일탈의 행복감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 한 번은 꼭 골프를 치고 있다.
하루 64홀을 돌다 보면 마치 깊은 명상을 하는 고승처럼 정신적인 해탈을 경험하게 된다. 공과 핀 그리고 홀만 보면서 종일 걷다 보면 사업상 복잡한 상황들은 다 별일이 아닌 게 되고 어떠한 힘든 삶의 과정도 즐길 수 있게 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당시 일 때문에 생각이 많아 불면증도 있었는데 새벽부터 라이트 경기를 할 때까지 18홀을 세 번 돌면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질 수밖에 없어 불면증은 단지 사치병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골퍼는 관점에 따라 누구나 철학적인 도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Golf Journal

 

 

By 김수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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