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릴 수 없는 #열정의 #골퍼
말릴 수 없는 #열정의 #골퍼
  • 백국선
  • 승인 2020.09.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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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매번 마음대로 된다면야 골프가 재미있을까? 같은 말도 때가 되어야 들리고 깨우치는 법이다.

 

'제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박사가 되었을 겁니다. 골프는 왜 이렇게 할수록 어려운 겁니까?'


'이제야 알겠습니다. 골프가 이렇게 쉬운 걸 여태 난 뭘 배운 걸까요?'


'이렇게 힘도 들이지 않고 쉬운 골프를 그동안 왜 어렵게 했을까요?'


'이렇게 재미난 골프를 그만두었더라면 어땠을까요?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 같지만 재미나게도 한 사람의 말이다. 레슨 제자의 변이다
골프가 매번 마음대로 된다면야 골프가 재미날까? 같은 말도 때가 되어야 들리고 깨우치는 법이다. 같은 코스를 수백 번 돌아도 볼이 매번 같은 위치에 떨어지지 않고 홀컵이 매번 같은 위치에 있지 않고 동반자도 매번 같을 수 없고 날씨도 바람도 같을 수 없고 계절도 같을 수 없으니 골프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재미를 품고 있을 것이다.

 

골프를 하는 이유

 

내가 매번 강조하는 것이 바로 “여기 왜 오셨냐?”이다. 연습장은 볼이 안 맞는 것을 기본으로 인식해야 연습과 훈련이 재미있어진다.
연습은 어차피 연습일 뿐이다. 잘 맞아도 안 맞아도 그리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연습이 없는 골프는 모래알 빠져나가듯 슬금슬금 감각이 더뎌지고 스윙 폼도 이상야릇해진다.
필드가 연습장이라고 하시는 분들 중에 부러워할 만한 스윙, 부드럽고 임팩트 있는 스윙을 본 적이 없다. 그 반면에 연습장을 필드라고 생각하는 분들 중엔 프로 못지않은 아름답고 유연하며 부드럽고 강한 샷을 가진 분들을 많이 보았다.
연습을 하다가 짜증을 내시는 골퍼들을 보면 연습을 그만하게 하고 잠시 쉬게 한다. 그리고 하늘을 보거나 먼 구름을 보도록 권한다. 거기에다가 지금 골프하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를 각인시키는 잔소리를 해댄다. 그럼 그제야 마음의 여유를 찾고 다시 즐겁게 연습에 임하는 골퍼들을 보게 된다.

 

골퍼의 유형

 

레슨 현장에서 본 골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골퍼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면 과거 집착형, 현재 부정형, 미래 불안형 골퍼들이다.
과거 집착형 골퍼들은 “내가 말이야. 과거엔 300야드를 보냈단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왜 안 되는 거야, 골프 왜 이렇게 어려운 거예요. 내일 잘 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다.
과거에 어떤 샷에 집착해서 그 감을 찾으려고 안간 힘을 써대는 걸 보면 때론 안쓰럽다. 자신의 나이와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 발목이 잡혀있는 대체적으로 부정적 사고를 취하고 있는 골퍼들이다.
“왜 이렇게 안될까요?”라고 말하는 현재 부정형 골퍼들은 가만히 보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골프 이론의 장벽에 갇힌 골퍼이다.
사람마다 감각과 느낌은 다르다. 직업에 따라 신체 조건에 따라 그 느낌이나 표현도 다양하다. 지금 당장 멋진 샷을 날리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우물 혹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 갇혀서 코치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주어도 잘 듣지 않거나, 때로는 듣는 척 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하는 골퍼들이 많다. 들어도 제대로 올바로 있는 그대로 듣지 않고 자기 나름의 재해석을 통해 듣는 것이다. 이런 골퍼일수록 골프가 어렵고 힘들게 느낀다.

“내일은 잘 될까요?”라고 반문하는 미래 불안형 골퍼들은 자신의 스윙이나 샷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골프만큼 자신의 신뢰가 중요한 게임이 있을까? 그 어떤 게임보다도 골프 게임은 심리의 작용이 큰 게임이며 찰나의 감정, 찰나의 느낌(무의식의 습격)이 승부를 결정짓는 게임이다.
연습타석에서 뜻하지 않는 횡제를 한 골퍼(환상적인 샷을 맛본 골퍼)일수록 내일의 샷감을 의심한다. “내가 이렇게 친 적이 없는데 이렇게 맞아도 되는 건가?” 자기 확신이 없는 골프는 깨어진 장독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 푸념처럼 “그럼 그렇지”라는 자조적인 한숨만 내뱉게 된다. 한숨과 불안이 무의식에 자리 잡도록 습관화 하고 있는 골퍼들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 체 말이다.

 

당신이 골프를 못 치는 이유

 

나는 “골퍼가 볼을 못 치는 건 골퍼의 탓이 아니라 코치의 탓입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는 그냥 즐겨주세요. 안 맞으면 좋고 잘 맞으면 더 좋고 안 맞으면 코치탓! 잘 맞으면 내 탓! 볼이 맞지 않으면 코치를 탓하세요”라는 말로 레슨을 시작한다.
처음엔 웬 뚱딴지같은 괴변인가 하는 표정으로 보지만 어느 새인가 안 맞으면 코치 탓을 하는 골퍼의 볼 맨 소리가 나올 때 이때가 바로 제대로 레슨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자신의 스윙 프레임을 내려놓고 드디어 코치의 말을 신뢰하게 되는 시작점이다. 안 맞으니까 왔으니 내 말을 따르라 무언의 압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것이다. 안 맞으면서 아니 못 맞추면서 당신의 괴변을 늘어놓지 말라는 협박인 것이다.

코치의 레슨이 제대로 먹히는 순간은 바로 이때다.
누군가 말을 하면 “눈을 본다, 온몸으로 듣는다, 끝까지 듣는다.” 백국선 코치가 강조하고 제자들에게 권하는 소통의 3M이다
눈은 거짓이 없더라도, 귀는 거짓이 있을 수 있다. 듣고도 듣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 눈으로 들어야 한다.
보이는 것을 다르게 해석할 수는 있지만 보이는 것을 다르게 볼 수는 없다. 보이는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일 수는 있어도 그것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GJ 백국선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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