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의 무서운 질주
장하나의 무서운 질주
  • 김지연
  • 승인 2017.04.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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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징크스가 뭔데?

장하나의 무서운 질주

 

한국여자골프가 올해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6개 대회에서 벌써 4승을 합작했다. 특히 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코티즈골프챔피언십과 HSBC 위민스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임팩트를 뿜어내고 있는 장하나 선수가 그 중심에 있다. 단단한 신체에서 나오는 장타와 패기 넘치는 플레이, 쇼맨십까지 더해지며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무난한 루키시즌을 보낸 장하나는 2년차 징크스 대신 2년차 전성시대를 열어가며 ‘코리안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김범연 기자 사진 KLPGA 제공

2년차 징크스를 넘어서다

장하나(24·비씨카드)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기준)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 세라퐁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린 장하나는 40홀 동안 보기 없는 경기로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고, 마지막 라운드 11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2위 포나농 파트룸(태국·볼빅)을 4타 차로 따돌렸다. 특히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약 2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2월 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코티즈골프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던 장하나는 5주만에 2승째를 기록하며 돌풍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지난 1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을 시작으로 3월 20일 막을 내린 JTBC파운더스컵까지 열린 6개의 LPGA대회에서, 2승 이상 기록한 선수는 장하나가 유일하다. 2013년 KLPGA투어 상금왕에 오른 뒤 2015년 시즌 LPGA에 데뷔한 장하나는 지난해 2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지난해 개막전인 코티즈골프챔피언십 공동 2위를 시작으로 마라톤 클래식,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CME 그룹투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함께 LPGA투어에 뛰어든 김세영(23ㆍ미래에셋)은 3승을 거머쥐며 신인왕이 됐고, 김효주(21ㆍ롯데)도 JTBC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과 비

교하면 그녀의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4번의 준우승은 자칫 징크스나 트라우마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어 올 시즌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장기인 장타를 앞세워 패기 넘기는 플레이로 눈앞에 놓인 난관을 하나씩 헤쳐 나가고 있다. 장하나는 KLPGA 2부 투어 시절까지 포함해 6년간의 선수 생활을 특별한 위기 없이 잘 넘겨왔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와신상담한 결과 올해 LPGA투어 5개 대회에 출전해 가장 눈부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첫 다승자가 됐으며,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공동 11위를 제외하고 전부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 공동 4위, 혼다 LPGA 타일랜드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시즌 초반이지만 상금 랭킹과 평균 타수, 올해의 선수상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 세계랭킹도 크게 끌어올리면서 리우올림픽 출전에 한발 더 다가섰다. 세계랭킹 10위였던 장하나는 HSBC 위민스챔피언스 우승으로 단숨에 5위까지 뛰어올랐다. 세계랭킹은 8월 열리는 리우올림픽 출전의 기준이 된다. 세계랭킹 15위안에 들어가면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한데, 장하나는 박인비(2위)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 높은 순위에 자리하며 리우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장타소녀 장하나의 강력한 드라이버

장하나는 지난 1월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8번 홀(파4)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LPGA투어 역사상 파4홀에서 홀인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218야드로 짧게 세팅된 파4 8번 홀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볼이 그린 1m 앞에 떨어진 뒤 굴러서 홀에 들어갔다. 파4홀 홀인원이자 알바트로스다. 장하나는 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그린까지는 208야드, 핀까지는 218야드였다. 맞는 순간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정말 멋진 샷이었다”며 “공이 홀컵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린 쪽에 계신 아버지가 ‘들어갔다!’고 외쳐서 알았다”고 했다. 그린에 올라간 장하나는 홀컵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장하나의 장기는 강력한 드라이버샷에 이은 정교한 숏게임이다. 일반적으로 장타자는 고감도 숏게임이 어렵다는 편견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신들린 샷 감각을 이어가며 자신의 시대를 예약한 장하나가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올 시즌 그의 세부 기록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 보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늘고 아이언샷 정확도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올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64.150야드(27위)로 김세영(23ㆍ미래에셋ㆍ276.515야드)에 이어 한국 선수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지난해 254.778야드(32위)보다 10야드나 향상, 매 홀 유리한 포지션에서 그린을 공략했다. 실제로 그녀의 진가는 그린 공략에서 제대로 나타났다. 그린 적중률 84.2%로 2위 렉시 톰슨(미국ㆍ82.3%)을 0.1%로 따돌리고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73.80%(7위)보다 10% 이상 향상된 기록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페어웨이 적중률에서도 81.07%(15위)로 지난해 77.15%(23위)보다 4% 가량 좋아졌다.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그린 적중률 향상은 장하나의 스코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6개 대회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글을 5개나 잡아내며 이민지(20ㆍ하나금융그룹)와 이 부문 공

동 1위에 올라있다. 또한 매 대회 상위권 유지는 장하나의 초반 돌풍이 이변이 아님을 입증했다. 6개 대회 중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공동 11위)을 제외하고 전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다. 그는 라운드 당 30.70개(100위)의 퍼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30.10개(65위)보다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중반 장하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퍼트가 분명하게 떠오른 셈이다. 또한 올림픽으로 가기위한 마지막 과제이기도 하다.

장하나 키즈를 위하여…

장하나는 2013년 KLPGA에서 마련한 유소년 골프 클리닉으로 갈래초교와 인연을 맺은 뒤 골프 꿈나무 선수들을 위해 해마다 장학금 500만원과 골프클럽세트, 골프화 등의 물품을 지원해 왔다. 한편 갈래초교는 KLPGA에서 마련한 다양한 후원과 장하나 선수와의 돈독한 관계를 적극 활용해 미래 대한민국 골프를 이끌어 갈 꿈나무들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장하나는 공공연히 “LPGA에서 한국의 차세대 최고 선수가 돼서 ‘박세리 키즈’나 ‘박인비 키즈’처럼 ‘장하나 키즈’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녀가 LPGA무대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장하나 키즈’ 탄생이 그리 요원한 일도 아닌 것 같다.

EPISODE

전인지와의 싱가포르 공항 사건을 통해 본 장하나, 그녀가 빠뜨린 하나

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16일,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채널이 동료의 부상을 알고도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비난에 휩싸였던 장하나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이 논란의 시작은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전인지가 공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마침 그 뒤에 있던 장하나의 아버지가 여행 가방을 놓쳐 미끄러진 가방이 전인지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면서였다. 허리 통증을 느낀 전인지는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MRI촬영 결과 꼬리뼈쪽 척추 주변 근육이 살짝 찢어진 것이 발견됐다. 이 사고와 관련, 전인지 측은 “고의는 아니더라도 결국 경기를 포기했는데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인지의 아버지는 “내가 장하나의 아버지에게 한 번 전화를 한 이후 아직 그쪽과 통화한 적이 없다. 나도 한국에 있다보니 자세한 건 모르지만 운동선수에게는 몸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이 아니라 나중이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하나의 아버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과정에서 (장)하나의 신발 끈이 풀려있어 묶어주려고 하는 사이 작은 가방이 굴러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사고 직후 전인지쪽에 여러 차례 미안한 감정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두 골프 대디의 감정이 싸움이 점점 격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매체에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이런 어른들의 감정싸움을 말리고 나선 것은 자식인 선수들이였다. 전인지는 부상 때문에 두 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그의 팬들이 장하나와 그의 아버지를 비난하고 나서자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장하나와 그의 아버지가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장하나 또한 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우승 세리머니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마음을 불쾌하게 하고 싶은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하고 “우승 세리머니에 대한 비난에 상처를 받아 일주일 내내 울었다”며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전인지, 장하나 두 선수다. 올 시즌 LPGA투어 신인왕이 유력한 전인지와 현재 상금랭킹 선두에 나선 장하나는 모두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지만 KLPGA투어에 이어 LPGA투어까지 매주 3∼4일 동안 만나야 하는 사이인데 서로 불편한 관계라면 결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회에선 서로 우승 경쟁을 벌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친구와 선후배로 가까이 지내온 선수들은 서로가 적대감을 갖고선 게임을 제대로 풀어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장하나와 전인지가 불운하게 얽힌 ‘싱가포르 공항 사건’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한국의 골프 대디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사건은 극히 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골프 대디들은 이 사건을 슬기롭게 마무리하는 지혜가 없었다. 만약 자식인 선수와 먼저 상의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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