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레이더] 느림보는 가라! 슬로 플레이어에게 告함
[GJ레이더] 느림보는 가라! 슬로 플레이어에게 告함
  • 김혜경
  • 승인 2018.12.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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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의 슬로 플레이… 운영의 묘인가? 비매너인가?

 

[골프저널] 총기 소유가 가능한 미국에서는 플레이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총으로 위협을 하는 사건도 간혹 일어나는 걸 보면 슬로 플레이가 문제는 문제인가 보다. 지난 호에서 슬로 플레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슬로 플레이에 대해 골프장이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마추어 골퍼들의 생각을 알아본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프로들의 세계에서의 슬로 플레이와 투어별 슬로 플레이 규정, 경기 속도 촉진에 초점이 맞춰진 개정 골프룰에 대해 알아보자.

 

화를 부르는 슬로 플레이지난 4월 잉글랜드 스태퍼드셔주 스톡턴브룩 그린웨이골프장에서는 슬로 플레이로 인해 앞 조와 뒷 조 8명이 말다툼을 벌이다가 폭력사태로 확산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었다. 당시 잉글랜드 매체 버밍엄메일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사람 중 1명은 가벼운 상해를 입고, 또 다른 1명은 뼈가 부러지는 골절을 당했으며, 4명이 폭력 혐의로 체포된 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풀려났다. 2년 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골프장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앞 팀의 늑장 플레이에 격분해 앞 팀에서 골프를 치던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슬로 플레이어의 오명을 쓴 선수들

 

벤 크레인

슬로 플레이는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의 세계에서도 어김없이 발생한다. 유명 프로골퍼,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슬로 플레이어의 오명을 쓰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지난해 미국 골프닷컴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PGA 투어 선수 50명을 대상으로 경기 속도가 가장 느린 선수를 꼽은 결과 PGA 5승을 거둔 벤 크레인(미국)이 21%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재미교포 케빈 나가 17%로 2위, 제이슨 데이가 3위(11%), 4위는 8%의 조던 스피스(24ㆍ미국)였다. 반면 가장 빠르게 공을 치는 선수는 18%의 표를 얻은 맷 에브리(미국)였으며, 18%의 선수가 자기 자신이 가장 빠르게 공을 친 선수라고 답했다. 눈여겨 볼 점은 많은 선수들이 자신은 빠른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

한때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슬로 플레이어로 악명 높았다. 가르시아는 2002년 US오픈 당시 공 뒤에서 1분 가까이 서 있는 모습을 연출해 갤러리들의 야유를 받았으며, 여기에 더해 갤러리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날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케빈 나는 2012년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웨글과 긴 프리샷 루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으며, 이때부터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세계랭킹 1위 왕좌를 차지했던 제이슨 데이(호주)도 슬로 플레이어의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선수다. 마틴 슬럼버스 영국왕립골프협회(R&A) 회장이 “경기 시간 단축은 골프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이슨 데이와 같은 선수들도 경기 시간 단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콕 집어 지적한 적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여자 프로골퍼중에 슬로 플레이로 비판을 받았던 선수로는 크리스티 커(미국), 퍼닐라 린드베리(스웨덴), 신지애(한국) 등이 있다.

나는 슬로 플레이어가 아니에요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슬로 플레이어로 지적 당한 선수들이 본인은 슬로 플레이를 한다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케빈 나도 “슬로 플레이로 비판을 받던 당시 나는 슬로 플레이어가 아니라 입스로 고생했었다”고 해명한 바 있으며, 올해 1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슬로 플레이로 입방아에 오른 J.B 홈즈도 미국골프전문매체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끌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단지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으려고 했고, 누군가의 플레이를 망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하고 “예전에 내가 슬로 플레이어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더 이상 슬로 플레이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투어별 슬로 플레이 규정
 
프로골퍼의 세계에서 슬로 플레이는 어떻게 규제되고 있을까?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와 USGA는 플레이 속도에 관한 지침을 규정하는 권한을 각 투어의 경기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KPGA, KLPGA, PGA, LPGA 등 투어별 슬로 플레이 규정을 비교해보니 R&A와 USGA의 룰(규칙 6조 7항)을 따르고 있는 만큼 기본 방침은 동일하다. 세부 규정과 벌금 액수는 투어별로 차등이 있지만 말이다. 각 조에서 제일 먼저 샷을 하는 선수는 50초, 나머지 선수들의 샷과 퍼트는 40초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1차 경고, 2차 1벌타, 3차 2벌타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국내 프로골프계의 경우 KPGA 코리안 투어는 2012년 시즌부터 슬로 플레이 관련 룰을 모든 대회에 적용하고 있으며, 경기 속도 규정 1회 위반 시 경고, 2회 위반 시 1벌타 및 벌금 50만원, 3회 위반 시 2벌타 및 벌금 100만원, 4회 위반 시 경기 실격 및 벌금 150만원이다. KPGA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벌타 및 벌금을 부과한 사례는 없다.

 

 
KLPGA 투어는 2014년 시즌부터 경기 속도 향상을 위해 경기를 지체하는 선수에게 벌금과 벌타를 부과하고 있다. 경기 속도 규정 1회 위반 시 경고, 2회 위반 시 1벌타와 벌금 30만원, 3회 위반 시 2벌타와 벌금 50만원 및 다음 1대회 출장정지, 4회 위반 시 경기 실격과 벌금 100만원 및 다음 3대회 출장정지이다. KLPGA 투어의 경우 구두 경고는 종종 있었으나 벌타나 벌금을 부과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속도 촉진 위한 룰 개정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슬로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R&A와 USGA에서는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골프 규칙에 경기 속도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40초 내에 공을 쳐야 하고, 기존처럼 티샷 이후 홀컵에서 멀리 떨어진 선수가 공을 치는 방식 대신 준비된 선수가 먼저 치는 ‘레디 골프’ 규칙을 적용하고, 분실구를 찾는 시간은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단축된다. 예전에는 공이 움직였을 경우 선수들이 대개 경기위원을 불러 확인을 받았었는데, 움직인 볼 페널티 삭제 및 감소 개정 룰도 경기 속도 촉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18홀에 4시간 반 이상 걸리는 긴 경기 시간 탓에 ‘골프는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어온 가운데, R&A와 USGA가 경기 시간 단축을 통해 골프를 보다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또 골프의 관전 스포츠로서의 매력도 상승을 위해서는 ‘슬로 플레이 지양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답’이라는 생각은 세계 각 투어 측의 공통된 의견인 만큼 속도감 있는 대회 진행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올 시즌에 앞서 3차례 선수 세미나를 열어 선수들에게 슬로 플레이에 대한 무관용 방침을 강조하고, 빠른 플레이를 당부했던 KPGA 코리안투어측은 "KPGA 경기위원회에서 2019년부터 변경되는 룰 개정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 투어에서도 변경되는 룰에 따른 룰 개정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시합에서의 슬로 플레이는 전술인가? 민폐인가?‘슬로 플레이는 심리적인 면이 강한 골프에서 경기 운영의 묘미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상대방의 리듬을 깨는 비매너로 볼 수 있을까?’슬로 플레이는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에티켓 위반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슬로 플레이는 말 그대로 샷을 하기 전의 습관된 행동 ‘루틴’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동반 플레이어의 리듬을 깨뜨리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개인이 가진 특별한 루틴을 슬로 플레이라고 일갈할 수는 없겠지만 정도가 지나친 루틴은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자들의 경기력을 저하 시킬 수 있는 비매너 행동이 될 수 있다.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샷을 할 수는 없겠지만 유난히 늦은 플레이는 아마추어 골퍼건 프로 선수건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또 프로 선수들의 슬로 플레이는 골프 관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지양해야 한다. 배려심 없는 슬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
 
슬로 플레이 예방책 10가지
● 차례가 오면 바로 칠 수 있도록 준비한다.
● 잠정구를 칠 수 있도록 여분의 볼을 갖고 다닌다.
● 티잉그라운드에서는 양해를 얻어 준비된 골퍼부터 샷을 해도 된다.
● 연습 스윙을 3번 이하로 줄인다.
● 동반자의 샷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잘 보고 난 뒤에 위치를 가르쳐준다.
● 사용할 클럽을 미리 정하고 2, 3개를 여분으로 가져간다.
● 퍼팅라인과 거리는 동반자가 퍼트할 때 미리 살펴둔다.
● 그린 위 짧은 거리에서는 마크하기 보다는 바로 홀아웃 한다.
● 동반자가 컨시드를 주었다면 감사히 받고 볼을 줍는다.
● 홀아웃 한 뒤에는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지 않는다.

 

 

 

Credit

글 김혜경 사진 셔터스톡

magazine@golf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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