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 하이브리드 클럽의 진실
[골프용품] 하이브리드 클럽의 진실
  • 김태연
  • 승인 2018.11.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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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이 한동안 외면했던 ‘고구마’, 이젠 때를 만났다

 

[골프저널]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클럽.이 제품이 우월한 점은 스윙법이 아이언과 비슷해 익숙하며 러프 등 나쁜 라이에서도 치기 좋게 만든 것이다.

 

‘치기 쉬운 만능클럽’ 하이브리드! 이제 일반화, 성능 업그레이드 박차 이젠 골프의 전설이 된 잭 니클라우스와 벤 호건, 그레그 노먼 등은 평소 1번 아이언을 매우 잘 쳤다. 총알처럼 낮게 날아가다 하늘로 솟구친 후 그린으로 떨어지는 롱아이언샷의 탄도는 완벽한 스윙의 징표다. 프로골퍼 중에는 드라이버가 아니라 롱아이언 치는 맛에 골프를 한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그러나 최근 들어 롱아이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유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작고 얇으며 로프트가 가파른 롱아이언의 헤드는 스윙의 결점을 명백히 찾아낸다. 세계적인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헤드 스피드 85마일 이하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롱아이언을 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전성기 2번 아이언으로 동반자들의 드라이버 거리를 넘기곤 했던 타이거 우즈도 30대로 접어들면서 이 클럽을 거의 쓰지 않았다. 40대가 되면서 3번 아이언도 빼고 우드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시초, 2002년 탄생한 ‘레스큐’

 

2002년 롱아이언을 부담스러워하던 프로골퍼 게리 매코드는 후원사인 테일러메이드에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클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이 클럽을 레스큐(rescue·구원·사진)라고 이름 지었다. ‘고구마’ 즉, 하이브리드의 탄생 순간이었다.아이언보다 두껍고 우드보다 작은 하이브리드 클럽 헤드는 모양이 낯설어 한국에서 고구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레스큐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 투어에서도 헤드 모양 때문에 저항이 컸다. 롱아이언이 프로의 자부심 중 하나라고 생각하던 선수들은 이 클럽을 흉측하다고 생각했고, 잔디 깎는 물건이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생각의 변화

 

하이브리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 2004년 디 오픈 결과에서 부터였다. 당시 연장전은 어니 엘스와 일본 투어에서 뛰는 무명 토드 해밀턴이 치렀다. 엘스와 해밀턴은 천지차이였다. 엘스는 정통파에 숏게임까지 완벽했으나 해밀턴은 구질구질했다. 샷은 짧고 저탄도였으며 스윙 폼도 그저 그랬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건 하이브리드였다. 티샷은 물론 그린 주위 숏게임까지 하이브리드로 했다. 그리고 이겼다. 해밀턴이 쓴 하이브리드는 레스큐가 아니라 소나텍이라는 회사의 제품이었다. 이때부터 선수들은 골프는 폼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하이브리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과거 박세리의 슬럼프 탈출

 

레스큐가 구원한 대표적인 선수는 박세리다. 2006년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 연장 첫 홀 201야드 거리에서 22도 레스큐로 핀 옆 10㎝에 붙여 카리 웹을 꺾고 우승했다. 당시 박세리는 2년여 동안 극심한 슬럼프로 “주말 골퍼 수준”이라는 얘기를 듣던 터였다. 박세리는 이 샷 후 캐디에게 점프해 안겼는데 “골프코스에서 점프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꺾게 도와준 클럽도 레스큐였다.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양용은은 5번 아이언까지 하이브리드로 대체했다.

정밀 평가에선 우드가 가장 좋은 퍼포먼스 제공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화 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가 만능은 아니다. 우즈는 “하이브리드는 볼을 낮게 보내기 어렵고, 특히 맞바람 때는 일관된 샷을 하기 어렵다”며 “쓰지 않겠다”고도 했다.아이언, 우드보다 하이브리드의 거리가 훨씬 더 나간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샤프트 길이와 로프트 각도가 같고, 적절한 스피드로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힌다면 세 클럽의 차이는 거의 없다. 정밀하게 따진다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클럽은 우드다. 무게 중심이 가장 낮고 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면이다. 하이브리드는 치기 쉬운 클럽이라는 인식은 자신감을 갖게 하고, 이것이 성능보다 더 중요하다.

 

 

Credit

김태연 사진 셔터스톡, KLPGA, KPGA, 테일러메이드

magazine@golf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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