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
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
  • 김지연
  • 승인 2016.05.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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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

2016년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박세리는 지난 3월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 1라운드 경기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박세리는 “2016시즌이 내가 풀타임으로 투어 활동을 하는 마지막해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은퇴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또 다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골프의 큰 자산이자 세계 골프계를 이끌었던 박세리의 은퇴 소식은 골프팬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글 김범연 기자 사진 하나금융그룹, LPGA 제공

 

한국 골프의 선구자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 18번 홀에서 양말까지 벗어던지고 연못에 들어가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당시 IMF 외환위기로 사회·경제적으로 우울한 상황을 겪고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그 장면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명장면중 하나 일 것이다. 그 맨발의 투혼이 한국 골프는 물론 한국 스포츠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박세리란 이름 세 글자가 한국 여자 골프계, 아니 한국 스포츠 전체에 남긴 공적은 이로 말할 수 없다. 귀족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귀족들만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선입견을 해소시키며 골프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됐고, 한국 골프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대회수와 상금액을 증가하게 만들어 한국 골프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골프 신드롬을 일으키며 ‘박세리 키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그녀를 동경하는 수많은 주니어 선수가 등장하는 계기가 만들었다. 박인비, 최나연 등 세계적인 스타들 역시 박세리 키즈 중 하나로 우리나라가 명실 공히 골프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세리 이전의 우리나라 스포츠는 프로 리그 출범으로 활성화된 야구, 축구 등 구기종목과 올림픽 메달 획득에 효자 노릇을 하던 레슬링, 유도, 복싱 등 투기 종목이 주를 이뤘었다. 다시 말해 인프라와 장기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종목보다는 개인 기량을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성과를 냈다.

골프라는 장기적인 투자와 인프라, 비용이 뒷받침 돼야 하는 선진국형 종목에서의 성과는 물론 하부구조가 부재한 상태로 상향식구조 형태를 가진 기형적 스포츠 산업구조를 벗어나 유소년 육성시스템과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리그들이 생기면서 내실 있는 스포츠로 발전된 것이다. 단순히 박세리의 개인 우승을 넘어 직접 즐기는 스포츠로서의 폭발적인 성장은 물론 연이은 세계적인 수준의 스타 탄생과 더불어 경기력과 규모면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켰으며, 보고 즐기는 콘텐츠로써의 골프의 가능성을 확인시켰기에 그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박세리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박세리의 기록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이자 상징적인 인물인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개척한 선수이다. 박세리는 LPGA투어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기록했고, 2007년엔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는 혼자서 새벽까지 골프장에 남아 쉬는 날도 없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실력을 키웠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로 4개 대회와 아마추어 3개 대회를 휩쓸며 일찌감치 LPGA로 눈을 돌렸다.

20세가 된 1996년 처음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한 해 뒤인 1997년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하며 LPGA에 입성했다. 1998년 LPGA투어에 첫 참가한 박세리는 그해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 자이언트 이글 LPGA 클래식 등 4승을 거두며 신인왕까지 거머쥐며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래켰다. 한국인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박세리가 최초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2007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그녀는 지금까지 LPGA투어에서 1,256만3,660달러(약 150억 원)을 벌어들여 ‘생애 획득상금’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록과 업적들을 뒤로 하고 아쉽게도 올해까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간다고 그녀는 밝혔다. 비록 은퇴를 결심하긴 했지만 박세리에겐 아직 두 가지 목표가 더 남아있다. 바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과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시즌에 상관없이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된다. 지금까지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 캐리 웹(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2003년), 박인비(2015) 등 7명의 선수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박세리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前 LPGA 챔피언십) 3승(1998·2002·2006)과 US여자오픈(1998), 브리티시여자오픈(2001)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지만 ANA 인스피레이션(前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을 이루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ANA 인스피레이션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2013년부터 에비앙챔피언십이 5번째 메이저대회로 격상돼 박세리에게는 1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1월 대한골프협회로부터 리우 올림픽 여자팀 감독에 선임되면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되는 꿈은 이뤘다. 박세리는 과거 렉서스컵 캡틴을 맡으면서 골프의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올림픽 감독이라는 자리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서 동기 부여가 될 만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박세리는 올해 ANA 인스피레이션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대회에 앞서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대회장에 나타나 우리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격려했다. 박세리는 "어떤 선수가 올림픽 대표로 출전할지 모르니까 자주 보는 게 좋겠다 싶어 경기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마침 골프 세계랭킹위원회 이사회에 출장 왔다가 대회장에 들린 대한골프협회 강형모 상근 부회장과 만난 박세리는 올림픽 대표 선수 지원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2016년은 그녀의 골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박세리 또 하나의 업적 ‘세리키즈’

박세리는 지난 수년 동안 왼쪽 어깨뼈 습관성 탈구 등으로 고생했다. 지난해 2개 대회를 출전했으나 모두 기권하고 재활에 힘써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재활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더뎌지며 결국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박세리는 지난 3월 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 9개월 만에 출전한 뒤 미국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이제 시간이 됐다. 투어 활동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가 국제 무대를 꿈꾸는 선수들을 도울 것”이라며 후배 육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박세리의 후배 육성은 20여 년 전인 US여자오픈 맨발 투혼에서부터 이미 현재진행 중에 있다.

낯선 동양인 선수가 엄청난 실력과 뛰어난 정신력으로 LPGA투어 패러다임을 바꾸며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실력을 뽐내는 박세리를 보며 국내 소녀들은 ‘제2의 박세리’가 되기 위해 골프채를 잡았고 LPGA란 꿈을 꾸며 일명 ‘세리 키즈’들을 탄생시키며 현재까지 세계 골프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세리 키즈가 바로 박인비(27·KB금융그룹)다. “박세리 언니가 물에 들어가는데 흰 발이 너무 신기하고 멋져 보여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고 말하던 박인비는 박세리의 기록을 넘어서며 골프 여제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박인비는 리디아 고에 이어 세계 랭킹 2위를 지키고 있으며,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메이저 대회 7승을 거두며 한국 여자 골프의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박세리에 이어 한국인 2호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예정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 랭킹 1위 신지애(27·스리본드), 2012 US여자오픈 챔피언 최나연(28·SK텔레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등도 세리 키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KLPGA투어 신데렐라 박성현(22·넵스)까지 박세리에게 영향 받지 않은 선수가 없을 정도 그 파워는 대단하다. 20여 년 전 LPGA에 한국 선수는 박세리뿐이었다. 그녀는 낯선 경기장 조건과 언어, 생활환경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개척하며 후배들에게 그 길을 열어줬다. 박세리가 고군분투하며 LPGA 무대에서 뿌린 씨앗은 박세리 키즈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한국이 세계 여자 골프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 골프계의 큰 선수이자 한국 골프의 버팀목인 박세리의 떠나는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세리는 떠나도 ‘세리키즈’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세리의 우승일지

2012 KLPGA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 우승

2010 LPGA투어 벨 마이크로 클래식 우승

2009 LPGA투어 스테이트 팜 클래식 준우승

2008 LPGA투어 CN 캐나다 여자 오픈 준우승

2007 LPGA 명예의 전당 헌액

2007 KLPG 명예의 전당 헌액

2007 LPGA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우승

2006 LPGA투어 맥도널드챔피언십 우승

2004 LPGA투어 제이미파 오웬스코닝클래식 공동준우승

2004 LPGA투어 미켈럽울트라오픈 우승

2004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공로상, 특별상

2003 LPGA투어 칙필A 채리티 챔피언십 우승

2003 LPGA투어 배어 트로피

2003 LPGA투어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2002 LPGA투어 맥도널드챔피언십 우승

2002 LPGA투어 오피스디포챔피언십 우승

2002 KLPGA투어 스포츠투데이 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2001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2001 LPGA투어 롱스드럭스챌린지 우승

2001 LPGA투어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2001 LPGA투어 브리시티 여자오픈

2001 LPGA투어 AFLAC 챔피언스 우승

1999 LPGA투어 페이지넷 챔피언십 우승

1999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우승

1999 LPGA투어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1999 LPGA투어 숍라이트클래식 우승

1999 대한골프협회 1998년도 최우수선수상

1998 골프다이제스트우먼선정 올해의 선수상

1998 LPGA 신인상

1998 LPGA투어 US여자오픈 우승

1998 LPGA투어 맥도널드챔피언십 우승

1996 KLPGA 상금왕

1996 KLPGA 신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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